얼마 전에 해리포터를 봤다.
일단 지배적인 감상 부터 말하고 넘어가자면.
지루했다.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나에게는 영화와 관련된 징크스가 하나 있다. 보기 전에 기대한 영화는 보고 나서 상당히 높은 확률로 실망하게 되는 징크스. 물론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할 확률도 높아지는 게 당연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나는 관람전 기대치와 관람후 만족도 간에 거의 오차 없는 반비례 관계가 성립할 정도라는 게 문제다. 그래서 남들이 좋다는 영화는 기대를 하고 보는 바람에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잦고, 별로라고 하는 영화는 도리어 기대치가 낮아 만족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이게 좀 익숙해지다보니 영화 관람전에 기대치를 조절하는 일이 가능해졌는데, 희한하게도 그게 나름 효과가 있다. 그러니까 어떤 영화든지 일단 보기로 결정이 되면 자기최면 비슷한 걸 걸어서 그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다. 이렇게 조치를 취하고 영화를 보면 아무런 대책 없이 기대되는 대로 기대하고 가서 보는 것 보다는 확실히 좀 더 즐거운 영화관람을 할 수 있다.
현재 영화로 만들어 개봉된 해리포터 시리즈가 총 네편. 이 시점에서 돌이켜보니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3편이다. 4편은 그 다음. 왜 그럴까를 생각해 봤는데 역시 가장 큰 이유는 기대치였다. 1, 2편의 경우 영화는 진작 개봉했고 DVD가 출시된지도 한참 지나서야 겨우 원작을 읽고 DVD를 통해 집에서 감상했었다. 조그만 TV로 봐서 그랬는지, 보다가 친구가 불러서 술을 마시러 나가는 바람에 그랬는지, 아니면 원래부터 재미가 없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영화에서는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그 다음에 시리즈 최초로 극장에서 봤던 게 3편이다. 극장에서 처음 본 데다 전작들 덕분에 이때 당시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내려가 있었다. 거기에 더해서 교체된 감독이 영화에 입힌 색채가 나름 참신하고 내게 잘 맞아서 3편은 꽤 즐겁게 감상했었다. 그리고 4편.
전에 없이 새로운 캐릭터가 대거 등장했고 그들이 엮어가는 트리 위저드 시합이라는 소재도 꽤 흥미로웠다. 게다가 볼드모트가 제대로 부활함으로써 시리즈의 딱 중반에 적절한 터닝 포인트로서 작용하는 게 바로 이 4편이다. 분량도 꽤 늘어서 원작의 경우 한국어판을 기준으로 전작의 두배인 4권. 여기에 마지막 결정타로 전작인 3편이 좋았었다. 이건 기대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는 상황 아닌가.
하지만 나 스스로 내 징크스를 잘 알고 있기에 최대한 자기최면으로 기대치를 낮추었다. 그리고 나름 시리즈의 팬으로서 영화의 장점만을 보고자 마음 먹었다. 그러나 영화 초반, 퀴디치 월드컵 장면에서 자기최면은 완전히 풀려 버렸다. 비록 원작과 달리 아주 짧게 넘어가긴 하지만 그 스펙타클한 연출과 진행의 속도감은 간신히 묶여 있던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있는 대로 끌어올려 버린 것이다. 그 순간부터 해리포터 4편, '불의 잔'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나는 별 감흥 없이 자리에서 일어설 수 밖에 없었다.
이번 편의 중심 소재이며, 덕분에 흥미진진했어야 할 트리 위저드 시합은 매 경기 경기가 심심했고 원작에서는 다단계였던 반전의 연결 고리 역시 영화에서는 매우 단순하게 묘사되어 있어 그 충격이 덜했다. 지금 생각해도 왜 초반부에서 볼드모트의 표지를 쏴 올린 범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주변 인물들이 죄다 의심 받지만 엉뚱하게도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사건의 흑막이었다는게 4편 스릴 구조의 핵심이었던 것 같은데, 이걸 이런 식으로 풀어내 버리면 초장부터 차포 다 떼고 가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영화화를 위해 이야기의 큰 줄기에서 벗어나는 요소들을 과감히 쳐낼 수 밖에 없었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이 도리어 루즈해진 게 아닌가 한다. 원작 소설의 경우 그 방대한 분량을 무기로 큰 뼈대가 되는 트리 위저드 시합 뿐만 아니라 그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 까지 세세히 다루고 있다. 그래서 서스펜스와 볼거리 사이에 균형이 얼추 잘 맞아있어 이야기가 적절한 템포로 진행된다. 인물들 간의 갈등 구조를 적당히 진행시켜 나가다가 적당한 시점에서 시합 한번씩, 그러다 마지막 클라이막스,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실제 이야기가 진행되는 시합 사이 사이의 이야기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경기는 꼬박꼬박 러닝 타임을 빼앗아 먹고 있으니 이야기 속에 잘 녹아 들어가 있어야 할 트리 위저드 시합이 오히려 붕 뜨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특히 마지막 경기인 미로 탈출 시합은 지루하기까지 해서 클라이막스에서 선사해야 할 긴장감을 대폭 무너뜨리고 말았다.
이런 감상이 죄다 원작을 영화 개봉 직전에서야 읽고 간 내 잘못에서 비롯된 거라면 할말은 없다. 그러나 기다란 원작을 156 분이라는 러닝 타임 안에 구겨 넣는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부작용은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156분이면 절대 짧은 시간이 아니지만 예상치 않았던 킹콩이 세시간 넘는 러닝 타임을 들고 나오는 바람에 아쉬움이 더해지는 것 같다. 제작 초기에 차라리 두편으로 나눠 만들자는 말까지 나왔다고 하던데 정말 그랬으면 어땠을지 짐작해 본다. 7편이 어느 정도의 분량으로 나올지 모르겠지만 현재 5편, 6편이 한국어판 기준으로 다섯 권, 네 권의 분량이다. 분명 다음 시리즈에서도 이 문제는 다시 제작진을 괴롭힐텐데 그때는 어떤 식의 해결법을 내놓을지 벌써부터 걱정반 기대반이다.
일단 지배적인 감상 부터 말하고 넘어가자면.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나에게는 영화와 관련된 징크스가 하나 있다. 보기 전에 기대한 영화는 보고 나서 상당히 높은 확률로 실망하게 되는 징크스. 물론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할 확률도 높아지는 게 당연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나는 관람전 기대치와 관람후 만족도 간에 거의 오차 없는 반비례 관계가 성립할 정도라는 게 문제다. 그래서 남들이 좋다는 영화는 기대를 하고 보는 바람에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잦고, 별로라고 하는 영화는 도리어 기대치가 낮아 만족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이게 좀 익숙해지다보니 영화 관람전에 기대치를 조절하는 일이 가능해졌는데, 희한하게도 그게 나름 효과가 있다. 그러니까 어떤 영화든지 일단 보기로 결정이 되면 자기최면 비슷한 걸 걸어서 그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다. 이렇게 조치를 취하고 영화를 보면 아무런 대책 없이 기대되는 대로 기대하고 가서 보는 것 보다는 확실히 좀 더 즐거운 영화관람을 할 수 있다.
현재 영화로 만들어 개봉된 해리포터 시리즈가 총 네편. 이 시점에서 돌이켜보니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3편이다. 4편은 그 다음. 왜 그럴까를 생각해 봤는데 역시 가장 큰 이유는 기대치였다. 1, 2편의 경우 영화는 진작 개봉했고 DVD가 출시된지도 한참 지나서야 겨우 원작을 읽고 DVD를 통해 집에서 감상했었다. 조그만 TV로 봐서 그랬는지, 보다가 친구가 불러서 술을 마시러 나가는 바람에 그랬는지, 아니면 원래부터 재미가 없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영화에서는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그 다음에 시리즈 최초로 극장에서 봤던 게 3편이다. 극장에서 처음 본 데다 전작들 덕분에 이때 당시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내려가 있었다. 거기에 더해서 교체된 감독이 영화에 입힌 색채가 나름 참신하고 내게 잘 맞아서 3편은 꽤 즐겁게 감상했었다. 그리고 4편.
전에 없이 새로운 캐릭터가 대거 등장했고 그들이 엮어가는 트리 위저드 시합이라는 소재도 꽤 흥미로웠다. 게다가 볼드모트가 제대로 부활함으로써 시리즈의 딱 중반에 적절한 터닝 포인트로서 작용하는 게 바로 이 4편이다. 분량도 꽤 늘어서 원작의 경우 한국어판을 기준으로 전작의 두배인 4권. 여기에 마지막 결정타로 전작인 3편이 좋았었다. 이건 기대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는 상황 아닌가.
하지만 나 스스로 내 징크스를 잘 알고 있기에 최대한 자기최면으로 기대치를 낮추었다. 그리고 나름 시리즈의 팬으로서 영화의 장점만을 보고자 마음 먹었다. 그러나 영화 초반, 퀴디치 월드컵 장면에서 자기최면은 완전히 풀려 버렸다. 비록 원작과 달리 아주 짧게 넘어가긴 하지만 그 스펙타클한 연출과 진행의 속도감은 간신히 묶여 있던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있는 대로 끌어올려 버린 것이다. 그 순간부터 해리포터 4편, '불의 잔'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나는 별 감흥 없이 자리에서 일어설 수 밖에 없었다.
이번 편의 중심 소재이며, 덕분에 흥미진진했어야 할 트리 위저드 시합은 매 경기 경기가 심심했고 원작에서는 다단계였던 반전의 연결 고리 역시 영화에서는 매우 단순하게 묘사되어 있어 그 충격이 덜했다. 지금 생각해도 왜 초반부에서 볼드모트의 표지를 쏴 올린 범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주변 인물들이 죄다 의심 받지만 엉뚱하게도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사건의 흑막이었다는게 4편 스릴 구조의 핵심이었던 것 같은데, 이걸 이런 식으로 풀어내 버리면 초장부터 차포 다 떼고 가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영화화를 위해 이야기의 큰 줄기에서 벗어나는 요소들을 과감히 쳐낼 수 밖에 없었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이 도리어 루즈해진 게 아닌가 한다. 원작 소설의 경우 그 방대한 분량을 무기로 큰 뼈대가 되는 트리 위저드 시합 뿐만 아니라 그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 까지 세세히 다루고 있다. 그래서 서스펜스와 볼거리 사이에 균형이 얼추 잘 맞아있어 이야기가 적절한 템포로 진행된다. 인물들 간의 갈등 구조를 적당히 진행시켜 나가다가 적당한 시점에서 시합 한번씩, 그러다 마지막 클라이막스,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실제 이야기가 진행되는 시합 사이 사이의 이야기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경기는 꼬박꼬박 러닝 타임을 빼앗아 먹고 있으니 이야기 속에 잘 녹아 들어가 있어야 할 트리 위저드 시합이 오히려 붕 뜨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특히 마지막 경기인 미로 탈출 시합은 지루하기까지 해서 클라이막스에서 선사해야 할 긴장감을 대폭 무너뜨리고 말았다.
이런 감상이 죄다 원작을 영화 개봉 직전에서야 읽고 간 내 잘못에서 비롯된 거라면 할말은 없다. 그러나 기다란 원작을 156 분이라는 러닝 타임 안에 구겨 넣는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부작용은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156분이면 절대 짧은 시간이 아니지만 예상치 않았던 킹콩이 세시간 넘는 러닝 타임을 들고 나오는 바람에 아쉬움이 더해지는 것 같다. 제작 초기에 차라리 두편으로 나눠 만들자는 말까지 나왔다고 하던데 정말 그랬으면 어땠을지 짐작해 본다. 7편이 어느 정도의 분량으로 나올지 모르겠지만 현재 5편, 6편이 한국어판 기준으로 다섯 권, 네 권의 분량이다. 분명 다음 시리즈에서도 이 문제는 다시 제작진을 괴롭힐텐데 그때는 어떤 식의 해결법을 내놓을지 벌써부터 걱정반 기대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