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거
작년에 '카' 보고 와서도 했던 이야긴 데 이번에 또 해야겠다. 어떻게
픽사 이 사람들은 만드는 족족 히트를 치는지 대단히 신기할 따름이라고요. 아마 내년에 '
Wall-E '를 보고 와서도 또 같은 이야기를 하겠지?
사실 그래픽스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쪽 팔린 말이지만 내가 픽사 애니메이션을 본 게 몇 개 안돼요. 매년 빼먹지 않고 보기 시작한 게 겨우 '
인크레더블 '부터 거든. 그 전에는 잘 안 봤지. 본 게 '토이 스토리' 딸랑 하나니까.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일단 스타일 자체가 나랑 안 맞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같은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라도 이렇게 모조리 그래픽으로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경우가 있고 실제 촬영한 영상에 끼워 넣어서 마치 그것도 진짜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경우가 있잖아. 둘 중에 나는 후자 쪽에는 환장을 하면서도 전자 쪽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거지.
실제 촬영 영상에 컴퓨터 그래픽 특수효과를 삽입하는 경우 를 생각해봐요. 이건 그냥 얄짤 없는 거거든. 현재 기술력이 어느 정도든 봐주는 게 없어요. 말 그대로 현실은 냉혹한 거니까. 일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컴퓨터로 만든 화면을 가지고 실제 영상 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버텨내야 돼요. 어떻게든 잘 섞여 들어가서 안 들켜야 되는 거야. 이런 진검승부스러운 상황을 좋아하거든. 그리고 이런 식의 특수효과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달하기 전부터도 다른 방법들을 통해 존재 했던 제작 방식이고요. 미니어처라든지, 스톱모션이라든지, 뭐 그런 것들.
반면에 컴퓨터 그래픽만 가지고 통짜로 뽑아내는 애니메이션을 생각해보자고요. 이때 사용되는 컴퓨터 그래픽 장면은 적어도 영화 자체 내에선 리얼리티를 가지고 비교할 대상이 없죠. 현재의 기술력이 영화의 표현 범위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그걸 뛰어넘고자 발버둥 칠 필요가 없어요. 할 수 있는 데 까지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야.
그리고 특히 픽사 애니메이션이 그런 점을 잘 활용하고 있죠. 쓸데없는 오버를 안 해요. 애니메이션이니까 애니메이션답게 가자는 거지. 그게 그냥 내 취향에 좀 안 맞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비록 망했지만 나는 '파이널 판타지' 쪽이 더 좋았다고 하면 좀 더 쉽게 설명이 될까? 그쪽은 같은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면서도 실사를 목표로 삼았었잖아. 그런 점이 나는 좋다는 거예요.
아무튼 픽사는 그런 노선을 취하고 있어서 그런지 선택하는 소재도 비슷한 느낌이죠. 장난감이라든지, 곤충이라든지, 괴물이라든지, 물고기라든지. 그냥 쉽게 말하자면 아동용 소재? 철저히 애니메이션다운 연출과 소재,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영화의 연속이었죠. 그래서 별로 안 끌렸었나 봐.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개봉할 때쯤에는 정말 너무 재미있다는 감상이 빗발쳤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그래픽스를 전공하고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픽사 애니메이션을 안 봤어요. 그동안 나는 실사 영화에 들어간 특수효과만 찾아 다녔던 거지.
그러던 어느 날 픽사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질만한 계기가 하나 생겨요. '인크레더블'이 개봉한 거야. 물론 픽사 특유의 스타일은 여전하죠. 그런데 소재가 히어로물이네? 내가 또 히어로물이라면 환장을 하잖아. 히어로물에 대한 관심이 픽사 스타일에 대한 거부감을 뛰어 넘은 거예요. 그래서 극장에 가서 봤지.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그때만 해도 이게 픽사가 만든 거라 재미있는 건지, 아니면 히어로물이라는 소재 때문에 재미있는 건지 가늠하기 힘들었어.
그리고 그 다음 해. 이번에는 '카'가 개봉한다네? 소재가 또 자동차잖아요. 히어로물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거부하기 힘든 소재죠. 거기다 저번 '인크레더블'을 잘 본 덕분에 픽사 스타일에 대한 거부감도 좀 덜한 상태였고요. 이것도 극장가서 봤습니다. 좋더라고요. 이번에도 재미있었어요.
물론 소재 덕을 좀 본 것도 있겠지만 이제 슬슬 픽사라면 믿어도 될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려고 해요. 그러던 차에 픽사가 정면 승부를 걸어왔네요. 이번에는 요리하는 쥐가 주인공이라는 거야. 내 입장에서는 '인크레더블' 이전, '니모를 찾아서' 시절로 되돌아간 거지. 물고기, 곤충이 주인공이래서 별 관심이 안 생겼었는데 이번에는 쥐래. 게다가 무대는 식당. 내 취향의 소재도 아닐뿐더러 진부해 보이기까지 했어요. 픽사에 대한 관심이 '인크레더블', '카' 두 편으로 끝나는구나.
그런데 그래도 그 두 영화가 많이 좋긴 했나 봐. 여러모로 관심과 기대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전작들을 봐서 한번 더 믿어보자. 그래서 결국 '라따뚜이'를 보러 극장에 갔어요. 그리 큰 기대 없이.
그랬는데.
최고예요. 픽사 애니메이션 본 중에 최고야. 세상에 꺼벙한 요리사랑 쥐가 주인공인데도 재미있어요. 그럼 이제 나는 어떻게 생각해야 됩니까? 픽사를 인정해야지 뭘 어떻게 해. '
라따뚜이 '는 픽사가 잘 차려낸 고급 코스 요리 성찬입니다. 나 같은 덕후의 마음도 정화시켜주는 멋진 풍미를 담고 있어요. 아, 나는 미맹이라니까? 몇 번 말했지? 나처럼 음식에 별 관심 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봤어요. 별 상관 없나? 아무튼 그만큼 훌륭한 영화라는 이야기죠.
자, 오래 걸렸고 늦었지만 이제 앞으로는 픽사가 만들었다면 똥이 주인공이래도 믿고 볼 정도의 신뢰가 쌓인 거예요. 드디어. 그 동안 '몬스터 주식회사'고, '니모를 찾아서'고, 재미있다며 추천해줬던 모든 사람들. 내가 멍청했던 거야. 이제는 깨달았어요. 정말 이제는 똥이 주인공이래도 본다니까? 참, 그러고 보면
남들이 좋다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니까. 괜히 뻗대고 그럴 필요가 없어요. 그게 다 쓸 데 없는 자존심이지.
그런데
후속작인 'Wall-E' 예고편 을 보니까 이제는 로봇물이네요. 똥으로 만든대도 본다고 했는데 로봇이야. 게다가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죠, 나도. 이거 픽사가 만든대.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너 '라따뚜이'는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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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ed from Happyray in NY 2007/07/28 00:16 삭제
내 평점:드디어 개봉한 헤어스프레이를 보고 왔다.존 트라볼타 때문에 굉장히 기대했었는데 ㅋㅋ 역시 실망하지 않았다.뮤지컬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내용을 잘 몰랐었는데 진짜 재밌더라.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