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어제 마트에 갔다. 스테이크 고기 사러. 오만 가지 귀찮음으로 포기 직전이었는데 결국은 고기를 섭취하고자 하는 식욕 앞에 무릎을 꿇었음. 정말 고기를 먹고 싶긴 했나 봐. 어디 식당 가서 사 먹는 것도 아니고, 요리 재료를 사러 야밤에 마트로 차를 달리다니.
마트에 가자마자 미친 듯이 눈을 희번득 거리며 소고기 코너를 찾았지. 하필 맨 구석에 있어요. 갔더니 명품 한우가 어쩌고, 소 족보가 어쩌고. 포장된 고기마다 적힌 코드를 인터넷 사이트에 쳐 넣으면 내가 지금 씹고 있는 고기의 가족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모양이야. 내가 지금 누구의 자손을 씹고 있구나. 암, 등심은 뉘 집 자식이 더 좋지. 뭐, 이런 건가? 아무튼 내가 소 족보에 당장 관심이 있을 리 없으니까 패스합시다.
고기를 고르기 시작했다. 소고기 코너는 처음이라 일단 어떤 체계로 진열이 되어 있는지 파악했지. 일단 비싼 게 왼쪽. 오른쪽으로 갈수록 싸네? 그 안에서는 부위별로 정리되어 있고요. 부위별 분류 안에서는 용도별로 분류되어 있다. 잘은 모르지만 스테이크 용으로는 등심, 안심 정도가 무난하겠지? 당장 허리가 휘어도 일단 좋은 고기를 사보자. 그랬더니 후보가 네 다섯 개 정도로 좁혀 졌네요.
그 다음에는 그냥 모양을 봤어요. 스테이크라고 해 봤자 먹어 본 횟수로 치자면 손가락에 꼽는 꼬꼬마지만 그래도 적당히 도톰한 게 좋더라고? 그리고 같은 두께라면 너무 널찍하지 않은 게 더 도톰해 보이지 않겠냐는 결론에 이르렀음. 그러자 한 녀석이 저기서 나를 사가세요, 하고 부르는 게 느껴져. 마침 색도 예쁘다. 내가 원래 빨간색을 또 가장 좋아하거든.
나오는 길에 나 같은 미맹 에게는 사치인 걸 알면서도 기분에 그냥 바질도 사고. 빨간 고기에는 적포도주라지만 아는 게 있어야지. 그냥 병맥주도 한 병 사고. 그 외 간 김에 이것저것 장도 좀 보고 해서 바리바리 싸 들고 나왔다. 그리고 어떻게 어떻게 요리를 해 먹었지요.
좋은 고기일수록 레어 로 먹어야 한다는 묘한 고기관에 사로 잡힌 사람이라, 거의 껍질만 익힌다는 느낌으로 아주 짧게 익혔고요. 냄새는 일단 아주 좋아. 이러다가는 동네방네 새벽에 고기 먹는다고 소문 다 나게 생겼어. 흥분된 마음으로 칼을 밀어 넣었죠. 그런데 이건 뭐, 관우의 청룡언월도에 오관 목 달아나듯, 칼이 닫자마자 고기가 잘려 나가는 거 있지? 더욱 기대되는 마음을 안고 썰린 고기를 입에 밀어 넣었다.
보통 이럴 때 다른 사람들은 놀라 자빠지는 그림도 넣고 그러던데, 내 취향은 아니니까 그런 건 없고. 아무튼 대단히 맛있었다. 정말 맛있었어요. 허브를 넣어서 그런가? 농담이고. 눈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의 맛이더라니까.
만드는 데 정말 시간 얼마 안 걸렸거든요. 소금, 후추, 허브 간 해서 한 시간 정도 재워두는 게 좋다는 말도 어디서 봤는데 나는 그냥 냅다 해 먹었어. 고기 굽는 시간만 치면 농담 안 하고 라면 끓이는 것 보다 시간 덜 걸립니다. 재료 공수에 돈과 시간이 좀 더 들어서 그렇지 거의 인스턴트에 가까워. 파스타, 샌드위치, 그런 거 복잡해서 어떻게 해 먹습니까? 스테이크는 이렇게 만들기 간편하단 말이에요. 스테이크 같은 무식한 게 요리냐고 했던 한 선배의 말을 나는 이제야 이해했다. 스테이크 무식한 거 맞음.
스테이크는 재료가 70% 라더니 그 말이 일리가 있나 봐. 집에서 해 먹어보니까 더 알겠어요. 웬만한 패밀리 레스토랑 스테이크는 비교도 안 되는 게. 괜히 밖에서 비싸게 주고 어중간한 거 사 먹느니, 고기 좀 좋은 거 사다가 집에서 해 먹는 게 훨씬 좋을 것 같더라고요. 무슨 요린들 안 그렇겠습니까만, 스테이크는 정말 만들기가 간편하다니까? 그런데 밖에서 사먹으면 또 비싸기로 유명한 게 스테이크죠.
내가 산 게 300그램에 2만5천원 정도 하는 안심이었는데 이걸 밖에서 사먹는다고 생각을 해봅시다. 먹는 장사가 남는 장사라는 말도 있잖아. 물론 좋은 분위기의 식당에, 분위기 있는 음악 듣고, 깍듯한 웨이터의 서빙도 받아 가면서, 이런 저런 사이드 곁들여 먹는 거랑, 고기 굽는 냄새 가득한 방에서, 머그 컵에 맥주 따라 놓고, 플라스틱 손잡이 칼로 잘라, 젓가락으로 집어먹는 거랑, 바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 암튼 그래도 무식하게 계산해서, 고기 값의 두 배만 받는다고 쳐도 일 인분에 오 만원 아닙니까? 오 만원이 뭐야. 아마 더할 걸? 그런데 그 정도의 식감을, 딱 재료 값 포함한 실비만으로, 그것도 아주 간편하게 느낄 수 있는 거야. 이건 뭐, 축복이죠. 그러고 보면 이 만원 조금 넘는 가격에 무한정 구워다 주는 스테이크 뷔페 같은 건 도대체 어떤 고기를 쓰길래 그 가격에 장사가 되는 거지?
아무튼 귀찮음을 무릅쓰고 나갔다 온 결과 나는 스테이크의 무식한 단면 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되었다. 정리하겠습니다. 집에 프라이팬 없는 사람 없지? 그리고 누구든 삼겹살 한 번 정도는 구워 먹어본 적 있을 거 아냐? 그럼 됐어요. 프라이팬, 삼겹살을 구울 수 있을 정도의 요리실력,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누구라도 스테이크를 해 먹을 수 있다. '라따뚜이 '는 결국 요리하는 건 쥐 한 마리뿐 이면서, 영화 내내 누구든 요리를 할 수 있다고 뻥을 치잖아. 주인공은 롤러스케이트 타고 서빙이나 하고 말이야. 하지만 나는 뻥이 아님. 정말 누구든 스테이크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이상임.
마트에 가자마자 미친 듯이 눈을 희번득 거리며 소고기 코너를 찾았지. 하필 맨 구석에 있어요. 갔더니 명품 한우가 어쩌고, 소 족보가 어쩌고. 포장된 고기마다 적힌 코드를 인터넷 사이트에 쳐 넣으면 내가 지금 씹고 있는 고기의 가족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모양이야. 내가 지금 누구의 자손을 씹고 있구나. 암, 등심은 뉘 집 자식이 더 좋지. 뭐, 이런 건가? 아무튼 내가 소 족보에 당장 관심이 있을 리 없으니까 패스합시다.
고기를 고르기 시작했다. 소고기 코너는 처음이라 일단 어떤 체계로 진열이 되어 있는지 파악했지. 일단 비싼 게 왼쪽. 오른쪽으로 갈수록 싸네? 그 안에서는 부위별로 정리되어 있고요. 부위별 분류 안에서는 용도별로 분류되어 있다. 잘은 모르지만 스테이크 용으로는 등심, 안심 정도가 무난하겠지? 당장 허리가 휘어도 일단 좋은 고기를 사보자. 그랬더니 후보가 네 다섯 개 정도로 좁혀 졌네요.
그 다음에는 그냥 모양을 봤어요. 스테이크라고 해 봤자 먹어 본 횟수로 치자면 손가락에 꼽는 꼬꼬마지만 그래도 적당히 도톰한 게 좋더라고? 그리고 같은 두께라면 너무 널찍하지 않은 게 더 도톰해 보이지 않겠냐는 결론에 이르렀음. 그러자 한 녀석이 저기서 나를 사가세요, 하고 부르는 게 느껴져. 마침 색도 예쁘다. 내가 원래 빨간색을 또 가장 좋아하거든.
나오는 길에 나 같은 미맹 에게는 사치인 걸 알면서도 기분에 그냥 바질도 사고. 빨간 고기에는 적포도주라지만 아는 게 있어야지. 그냥 병맥주도 한 병 사고. 그 외 간 김에 이것저것 장도 좀 보고 해서 바리바리 싸 들고 나왔다. 그리고 어떻게 어떻게 요리를 해 먹었지요.
좋은 고기일수록 레어 로 먹어야 한다는 묘한 고기관에 사로 잡힌 사람이라, 거의 껍질만 익힌다는 느낌으로 아주 짧게 익혔고요. 냄새는 일단 아주 좋아. 이러다가는 동네방네 새벽에 고기 먹는다고 소문 다 나게 생겼어. 흥분된 마음으로 칼을 밀어 넣었죠. 그런데 이건 뭐, 관우의 청룡언월도에 오관 목 달아나듯, 칼이 닫자마자 고기가 잘려 나가는 거 있지? 더욱 기대되는 마음을 안고 썰린 고기를 입에 밀어 넣었다.
보통 이럴 때 다른 사람들은 놀라 자빠지는 그림도 넣고 그러던데, 내 취향은 아니니까 그런 건 없고. 아무튼 대단히 맛있었다. 정말 맛있었어요. 허브를 넣어서 그런가? 농담이고. 눈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의 맛이더라니까.
만드는 데 정말 시간 얼마 안 걸렸거든요. 소금, 후추, 허브 간 해서 한 시간 정도 재워두는 게 좋다는 말도 어디서 봤는데 나는 그냥 냅다 해 먹었어. 고기 굽는 시간만 치면 농담 안 하고 라면 끓이는 것 보다 시간 덜 걸립니다. 재료 공수에 돈과 시간이 좀 더 들어서 그렇지 거의 인스턴트에 가까워. 파스타, 샌드위치, 그런 거 복잡해서 어떻게 해 먹습니까? 스테이크는 이렇게 만들기 간편하단 말이에요. 스테이크 같은 무식한 게 요리냐고 했던 한 선배의 말을 나는 이제야 이해했다. 스테이크 무식한 거 맞음.
스테이크는 재료가 70% 라더니 그 말이 일리가 있나 봐. 집에서 해 먹어보니까 더 알겠어요. 웬만한 패밀리 레스토랑 스테이크는 비교도 안 되는 게. 괜히 밖에서 비싸게 주고 어중간한 거 사 먹느니, 고기 좀 좋은 거 사다가 집에서 해 먹는 게 훨씬 좋을 것 같더라고요. 무슨 요린들 안 그렇겠습니까만, 스테이크는 정말 만들기가 간편하다니까? 그런데 밖에서 사먹으면 또 비싸기로 유명한 게 스테이크죠.
내가 산 게 300그램에 2만5천원 정도 하는 안심이었는데 이걸 밖에서 사먹는다고 생각을 해봅시다. 먹는 장사가 남는 장사라는 말도 있잖아. 물론 좋은 분위기의 식당에, 분위기 있는 음악 듣고, 깍듯한 웨이터의 서빙도 받아 가면서, 이런 저런 사이드 곁들여 먹는 거랑, 고기 굽는 냄새 가득한 방에서, 머그 컵에 맥주 따라 놓고, 플라스틱 손잡이 칼로 잘라, 젓가락으로 집어먹는 거랑, 바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 암튼 그래도 무식하게 계산해서, 고기 값의 두 배만 받는다고 쳐도 일 인분에 오 만원 아닙니까? 오 만원이 뭐야. 아마 더할 걸? 그런데 그 정도의 식감을, 딱 재료 값 포함한 실비만으로, 그것도 아주 간편하게 느낄 수 있는 거야. 이건 뭐, 축복이죠. 그러고 보면 이 만원 조금 넘는 가격에 무한정 구워다 주는 스테이크 뷔페 같은 건 도대체 어떤 고기를 쓰길래 그 가격에 장사가 되는 거지?
아무튼 귀찮음을 무릅쓰고 나갔다 온 결과 나는 스테이크의 무식한 단면 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되었다. 정리하겠습니다. 집에 프라이팬 없는 사람 없지? 그리고 누구든 삼겹살 한 번 정도는 구워 먹어본 적 있을 거 아냐? 그럼 됐어요. 프라이팬, 삼겹살을 구울 수 있을 정도의 요리실력,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누구라도 스테이크를 해 먹을 수 있다. '라따뚜이 '는 결국 요리하는 건 쥐 한 마리뿐 이면서, 영화 내내 누구든 요리를 할 수 있다고 뻥을 치잖아. 주인공은 롤러스케이트 타고 서빙이나 하고 말이야. 하지만 나는 뻥이 아님. 정말 누구든 스테이크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이상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