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정말 미친 듯이 돈만 생기면 책 사던 시절에는...외출하고 돌아오면 텅 빈 책장과 강냉이를 자시고 계신 어머님
- 이야고
책 관리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달린 댓글 중 하나. 안 그래도 나 역시 슬슬 책 꽂을 공간에 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예전에 헨리 페트로스키 의 '서가에 꽂힌 책'에서, 장서 보관에 어려움을 느낀 도서관들이 많은 수의 책을 대출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었다는 내용을 읽었던 기억이 남. 당시에 이런 역발상도 있구나, 하고 나름 신선했던 와중에, 나 같은 사람은 절대 저런 방법은 못 쓰겠구나, 하고 생각했었음. 왜냐면 나는 다른 사람한테 책 빌려주는 걸 엄청나게 싫어하는 인간이거든. 그렇다고 나는 빌려주기 싫지만 남의 것은 막 빌리고 싶다는 막장은 아니고. 빌려주기 싫어하는 만큼 빌리는 것도 안 좋아함.
쪼잔하게 책 하나 가지고. 뭐 이런 생각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생각들 때문에 책을 빌려주기 싫어하는 것임. 나만 그런 건 아니고 당신 주변에 책 좋아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음. 내 장담한다. 다들 겉으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그렇기 때문에 어디 남의 집 갔는데 책이 좀 많다. 그리고 그 중에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이 있어 빌리고 싶다. 이런 경우라면 말 꺼내기 전에 다시 한 번 심사숙고 하기 바람. 빌린 책을 최대한 빨리 읽을 자신이 있는지. 또 원래 상태 그대로 돌려줄 자신이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책을 빌려달라는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이 사람과 친한지. 그렇지 않은 체 무턱대고 책 빌려달라고 했다가는 순간이나마 상대방 표정에 난감함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자고로 책 빌린 사람은 발 뻗고 자도 책 빌려준 사람은 쪼그리고 자는 법이거든.
써놓고 나니 완전 책 덕후네 이거. 책 관리하는 거 이야기 하다가 언제 이렇게 된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