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네요. 재미있어요. 음... 마치 이 영화는 1편과 2편 의 장점을 모아놓은 듯한 재미가 느껴지구요. 음... 표현을 하자면, 꽤 난잡한 것 같지만 나름 설득력 있는 전개.
그만 하자. 두 번째 하니까 재미없다.
아무튼 영화는 1편에서 장르적 재미, 2편에서 특유의 경쾌한 분위기를 가져다 잘 버무려 놓았어요. 사실 내가 1편을 보면서는, 내용도 괜찮고 캐스팅도 멋지고 다 좋은데 이 정도 영화에 굳이 이렇게 화려한 캐스팅이 필요한가, 하는 의구심이 좀 들었었거든. 반면에 2편을 보면서는, 그렇다고 자기네들끼리 너무 노는 거 아닌가, 싶었고요. 마치 2편은 우리나라 주말 버라이어티 쇼를 보는 기분이었다고 하면 금방 이해가 될까? 그랬는데 이번 3편은 전작들과 달리 중용을 잘 지키고 있음.
일단 복수라는 좀 강한 테마를 들고 나왔고요. 그래서 누군가를 기필코 벗겨 먹고야 말겠다는 도둑다운 기본 전제에 매우 충실합니다. 원래 범죄자들이 의리, 복수, 뭐 이런 거에 또 약하잖아. 그러니까, '쓰러진 A를 생각해봐. 만약 네가 그 상황이었다면 A는 과연 가만 있었을까?' 하는 식으로 자기들끼리 막 으쌰으쌰 하는 거죠. 그래서 영화 끝까지 범죄물 다운 페이스를 잘 지켜 나가요.
그런데 또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다 보면 자칫 비장해질 수 있거든. '우리 A가 그 지경이 되다니, 흑흑흑. 이 자식 두고 보자. 잘근잘근 씹어 먹어버리겠어' 같은 분위기로 빠져들기 쉽다는 말이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시종일관 유쾌하게 막 나감.
단적으로, 블랙잭 카드 섞어 주는 기계를 조작하는 장면에서 리빙스턴이 삽질하는 장면을 들 수 있겠네요. 그러니까 기계를 조작해서 막 손님들이 이기도록 해야 하는 상황인 거야. 복수할 대상이 카지노 주인이라, 그 사람이 돈을 잃게 해야 되거든. 리빙스턴이 작업을 마치고 대니 일당 앞에서 시연을 해. 그런데 자꾸 손님이 이기는 게 아니라 딜러가 이기는 거지. 이거 어찌 보면 꽤 심각한 상황이에요. 거사 날짜는 다가 오는데 일에 차질이 생기는 거잖아. 특히 이런 범죄물에서는 조그마한 실수 하나도 크게 다뤄지고, 마치 그것 때문에 큰 문제라도 생길 것처럼 긴박하게 묘사되기 마련이죠. 그런데 거기 같이 앉아있던 러스티, 그러니까 브래드 피트는 정말 시종일관 실실 웃고 있어. 나는 그 웃음이 이 영화의 성격을 대변한다고 봐요. 그 분위기만 봐서는 도저히 반 식물인간이 된 동료를 위해 복수를 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안 보이거든.
이런 식이야. 만약 이 장면에서 화가 난 대니가 일장연설을 해가며 분위기 험악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장르적으로는 그게 더 옳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건 오션 시리즈가 아닌 거죠. 이번 3편은 범죄 영화가 줄 수 있는 전형적인 재미와, 오션 시리즈이기 때문에 줄 수 있는 특유의 재미 사이에서 이런 절묘한 줄타기를 꽤 잘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3편이 중용을 잘 지키고 있다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한 말이었어요. 안그래도 포스터에 'Revenge is a funny thing'이라고 적혀 있네. 즐거운 복수, 정말 영화에 딱 들어맞는 모토예요.
물론 영화가 전체적으로 좀 산만하긴 해. 보고 있으면 정신 없거든. 몇몇 부분에서는 좀 불친절하기도 하고 말이죠. 일단 기본적으로 시리즈 영화라는 걸 전제하고 있고요. 그래서 등장인물들, 그것도 13명이 넘는 사람들에 대한 배경설명이 전혀 없어. 식물인간이 되는 루벤은 누군지, 대니와는 어떤 관계인지,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또 어떤 사이길래 가진 거 싹 다 털어가며 복수에 매달리는지, 그런 설명이 전혀 없이 이야기는 죽죽 진행됩니다. 그리고 복수하는 과정에서의 이런저런 디테일들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이 없어요. 이게 뭔지 알아 보겠는 사람들은 알아서 웃고, 자, 또 다음 이야기. 이런 식이야. 마치 복수에 성공한 오션 일당이 내 앞에서 왁자지껄하게 그때 이야기를 두서 없이 들려주는 분위기라고 할까?
하지만 이게 오션 시리즈이기 때문에 용서가 된다. 그러니까 마치 우주적인 수준에서 농담을 던지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같은 거죠. 오션 시리즈도 마찬가지로 그냥 하나의 거대한 농담이라고 보면 됨. 그게 이 영화를 바라보는 올바른 자세일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근래 쏟아진 수많은 3편들 중에 가장 좋았음.
그런데 이거 써 놓고 보니 완전 오션 빠. 이전 시리즈와 달리 이번 편은 정말 마지막임을 보여주려는 듯, 멤버 들이 갈가리 찢어지면서 끝나는데 정말 내 마음이 다 찢어지는 것 같았다니까. 누구 말마따나 '오션과 40인의 도적'이 될 때까지 죽 만들어 주시면 안될까요?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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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ed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06/30 17:23 삭제
Subject: 나도 이런 팀이 있었으면... <오션스 13>
오션스 13 포토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개봉일 2007,미국 별점 2007년 6월 30일 본 나의 2,635편째 영화다.일하는 데에 있어서 이런 팀같은 경우는 TF팀 정도 밖에는...어쨌든 어떤 뚜렷한 목적을 갖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