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마땅히 자신의 원래의 역할로 돌아가야 합니다. 예술과 과학의 시녀로서의 일로, 언감생심 문학을 대신한다거나 문학을 만들어낸다고 떠들어대지 못할 도장(塗裝)이나 속기와 같은, 아주 겸손한 시녀로서의 일로 돌아가야 합니다. 사진으로 하여금 여행자의 앨범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게 합시다. 눈으로 보게 하여 기억력의 부족한 정확성을 보충하게 합시다. 박물학자의 서재를 장식하게 하고 미생물을 확대해서 부여주게 하며 천문학자의 가설을 보강하도록 합시다. 요컨대 사진으로 하여금 물질적 정확성이 요구되는 어떤 전문적인 일에서라도 비서의 역할과 기록자의 역할을 하게 합시다. 이렇게만 된다면 만족할 만할 것입니다. 우리 기억의 아카이브에 자리를 차지하기를 열망하는 시간의 희생물들, 사멸해 갈 수 밖에 없는 모든 소중한 것들, 망각 속으로 부서져 가는 모든 폐허들, 책들, 판각들, 원고들을 사진으로 하여금 보존케 합시다. 우리는 그런 사진을 상찬하고 감사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진으로 하여금, 추상과 상상의 영역으로 침범하는 것이 용인되고, 인간의 영혼으로부터 나온 것에 의해 그 가치가 정해지는 영역으로 침범하는 것이 용인돤다면, 그 순간 우리에게 재앙이 내리기를 바랍니다!
샤를 보들레르의 '근대 대중과 사진' 중에서.
사진의 비예술성에 대한 보들레르의 일갈. 사진의 예술성을 비판하는 글로 이만한 게 없다는데 읽다보면 정말 사진에 대한 보들레르의 분노에 가까운 감정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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