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4를 이제서야 봤다. 영화 보기 전에 여기저기서 미리 본 영화평들 대부분이, '영화는 그다지. 하지만 제시카 알바가 있으니까.' 정도로 요약이 되던데, 그런 평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별로. 오히려 단순한 액션물을 기대하고 갔는데 영화가 예상 외로 드라마를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바람에 김이 좀 빠졌다는게 전체적인 인상.
그나마 좀 흥미로웠던 부분이라면, 사람들에게 갑자기 신체 상의 변화가 일어나 어떤 능력을 얻게 되었을 때 그들이 어떤 반응을 할지를, 유형별로 잘 분류해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좀 재미있었다. 누군가 만약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한번 예상해보자. 잘은 몰라도 대충 아래의 다섯가지로 분류할 수 있지 않을까.
1. 새로 얻은 능력에 마냥 신나서, 가지고 놀고 싶어하고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를 갖는다.
2. 새로 얻은 능력의 효용을 일찌감치 깨닫고, 그것을 잘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한다.
2. 새로 얻은 능력의 효용을 일찌감치 깨닫고, 그것을 잘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한다.
이상은 긍정적인 반응.
3. 새로 얻은 능력이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을 걱정하면서, 원래대로 돌아갈 궁리를 한다.
4. 새로 얻은 능력 때문에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 갈 수 없음을 깨닫고, 깊이 좌절해 버린다.
4. 새로 얻은 능력 때문에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 갈 수 없음을 깨닫고, 깊이 좌절해 버린다.
이상은 부정적인 반응.
5. 새로 얻은 능력에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산다.
이건 무반응.
얼추 이 정도면 다 정리된 것 같은데 이거 말고 나올 게 더 있나?
아무튼 여기서 내 흥미를 끌었던 것이, 영화 속 다섯 캐릭터와 위의 다섯가지 반응 사이에 일대일 대응이 성립된다는 사실이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짐작이 가겠지만 Human Torch가 1번, Dr. Doom이 2번, Mr. Fantastic이 3번, The Thing이 4번, 그리고 우리의 Invisible Woman은 자랑스럽게도 5번, 무반응에 해당되겠다.
그렇다면 이 다섯가지 반응 중 가장 극적인 요소가 많이 내포되어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니 4번이 눈에 띈다. 하나를 더 꼽으라면 2번 정도. 그렇다보니 영화의 이야기는 4번에 해당되는 The Thing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2번에 해당되는 Dr. Doom은 홀로 악역을 맞게 되었고. 안타깝게도 우리의 Invisible Woman은 가장 극적인 요소가 모자란 5번에 해당되는 바람에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삼각관계가 성립되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마저도 없었으면...
어쨌든 그렇게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영화 줄거리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노력하지만,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룬 사람은 1번에 해당되는 Human Torch 뿐. 2번 Dr. Doom은 아예 짐짝 취급을 당하게 되었고, 3번 Mr. Fantastic도 원래대로 돌아가는 데 실패했으며, 4번 The Thing 역시 흉칙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5번에 해당되는 우리의 Invisible Woman은 예초부터 별 생각 없었으니까 뭐 상관없겠고.
그러고보면 이 영화는 우리에게 '마음을 비운 자 만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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